무능력한 어머니와 사회성이 결여된 오빠. 어느 날 여자는 투병 중인 어머니에게 자신과 오빠를 위해 떠나라는 말을 남긴다. 그 후 어머니는 병원에서 사라지고 여자는 오빠와 함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오빠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한편 스님의 소개로 취직하게 된 여자는 회사 동료들과 어렵게 가까워지면서 의도하지 않게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모임에 가입하게 된다.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질 때쯤 스님은 여자에게 모임에서 나오기를 종용하고 심지어 모임 자체를 와해시키라고 한다. 여자는 실직을 두려워하며 모임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모임의 훼방꾼이 된다. 그러던 중 여자의 오빠는 희망을 품고 시도하던 것들이 다 실패하자 여자가 보는 앞에서 죽는다. 가족, 동료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여자. 다시 한 번 삶을 꿈꾼다.

언제부턴가 나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조금씩 사라지다가 결국 얼굴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한 여자를 보았다. 나처럼 얼굴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여자였다.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만난 여자였는데 얼굴이 사물과 같아진다면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아 그녀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나는 그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씩 만들어 내었다. 그 여자의 이야기랍시고 만들어 낸 이야기가 어느새 나의 이야기였고 우리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