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딸도 아닌 혜원
향잎으로부터 물려받은 진보 DNA에서 벗어나려는 혜원. 혜원은 향잎과 이어진 탯줄을 끊고 자기만의 DNA를 찾을 수 있을까?
커피 로스터, 빵집 알바, 자율방범대, 방송통신대학교 대학생 등 n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향잎. 하지만 향잎은 늘 아쉬운 목소리로 “난 정치인이 됐어야 하는데”라며 온종일 팟캐스트를 듣는다. 심상정을 보며 “나 좀 닮지 않았어?”라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집안에서 불리는 향잎의 별명은 ‘이명박근혜’. 화가 많고, 독재적인 탓이다. 욱하는 성격 때문에 혜원과 많이 다투고, 종교적 신념 때문에 페미니즘을 거부한다. 혜원은 향잎의 모순적인 모습을 보며 향잎과 같은 DNA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향잎과 함께 강정마을해군기지 반대운동, 탈핵운동, 촛불시위 등을 다니며 갖게 된 정치적 성향을 벗어나기란 어렵다. 향잎과 싸우면 “엄마가 싫어하는 정치인을 뽑을 거야”라고 협박하고, 보수 성향의 친구를 남몰래 무시하고 미워한다. 혜원은 자신의 모순 역시 향잎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더욱 괴로워한다. 혜원은 향잎의 DNA에 벗어나 자기만의 DNA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DNA를 찾는 과정에서 혜원은 자기만의 ‘진보’를 찾을 수 있을까?
“나도 몰라. 나는 DNA에 그런 게 있어.” 명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할아버지에게 “그럴 거면 우리 집에 오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팟캐스트를 듣는 엄마는, 스스로 진보 DNA 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 DNA는 내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소개팅에 나가서 가장 먼저 “지지하는 정치인이 누구예요?” “지난 총선에는 어느 당을 뽑으셨어요?”라고 묻는 나는 정치적 성향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과는 연애할 수 없다고, 그런 사람과 함께하는 건 단 1 분도 아깝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내가 ‘옳다’고 확신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고 싶어졌다. 정치에, 사회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된 지적 허영심과 다른 사람을 흑백논리로 무시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내게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70년대생 엄마, 향잎의 진보 DNA를 물려받았다고 믿고 있는 90년대생 내가 나의 진짜 정치 DNA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그 안에 엄마와의 탯줄을 쉽게 끊을 수 없는 고군분투기가 담길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22 전주영화제작소 2층 (54999)
T. (063)288-5433 F. (063)288-5411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15길 16 동극빌딩 4층 (04031)
T. (02)2285-0562 F. (02)2285-0560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22 전주영화제작소 (54999)
T. (063)231-3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