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찍어줘, 언니
우리, 온몸으로 돌파하는 영화를 만들자.
2015년, 스물여덟의 나는 단편영화를 만들며 복서 출신의 스턴트 배우 이혜미를 만났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함께 액션영화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어느 날, 무술감독이 된 혜미가 카메라를 건네며 자신을 찍어달라고 했다. “나는 어떻게든 언니랑 영화를 하고 싶어. 다큐라면, 우리 일단 시작할 수 있잖아.” 우리는 밤이 되면 카메라를 관객 삼아 우리가 만들고 싶지 않은 액션과 우리가 만들 액션에 대해 신나게 얘기한다. “언니는 왜 자꾸 언니를 피해자로 만들어.” 우리가 만들 영화에 대한 얘기가 반복될수록 나는 혜미에게 날을 세우게 된다. 혜미는 자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언니가 세상을 봤으면 한다며 나에게 액션을 가르친다. 나는 혜미처럼 움직일수록 과거의 한 순간으로 반복해서 돌아간다. 어두운 아파트, 내 옷을 잡아끄는 손들, 생각을 멈춘 채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는 교복을 입은 한 소녀. 혜미는 그 소녀의 앞으로 나를 이끌고, 카메라를 나에게 넘겨준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바꿔보기로 한다. 이제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과거다. 이 과거가 다시 우리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언젠가부터 액션영화 만들기는 나의 오랜 욕망이자 과제였다. 그리고 내가 정의하는 액션영화는 ‘몸으로 돌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궁금했다. 몸을 사용하는 것을 그토록 두려워해온 나 같은 사람이 왜 그런 영화를 원하는지를. 기세와 힘을 가지고 움직이는 혜미의 몸을 통해서 나는 내가 원하는 ‘강함’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는 것, 나를 의심 없이 드러내는 것, 원하는 걸 원한다고 말하는 것, 그저... 한 대 맞으면 한 대 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평생 어떤 두려움에 지배당한 채 살아왔다는 것을. 이 다큐멘터리로 자신의 몸 안에서 편안하지 않은 사람들, 무언가에 가로막혀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걱정하지 말라고.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눈앞에 놓인 벽들을 언젠가 돌파하게 될 거라고.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되찾으라고. 스스로 다시 일어설 힘을, 다시 반복할 의지를. 다시 보면 우린... 꽤나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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