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증상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가계부가 발견된다. 48년간의 기록과 잊혀져 가는 기억 사이에서 어머니가 가계부를 쓴 이유와 여성으로서의 삶을 기록하려고 한다.

영화는 가계부의 기록과 어머니의 인터뷰, 일상, 기억의 공간, 자료 영상으로 구성된다. 가계부의 기록은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현대사와 맞닿아 있다. 2017년 생존의 기록인 가계부는 멈추었다. 격동의 시기, 소녀에서 할머니가 된 어머니의 삶을 나는 모두 알고 있을까? 군부 독재와 남성 중심 산업화의 역사 속에서 우리 어머니들은 지난 시절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만족하실까? 지금 어머니가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영화라는 시간을 통하여 어머니의 잃어가는 기억을 조금은 늦추려고 한다. 그리고 아들로서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을 기록할 것이다.

나는 어머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어머니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행복하였을까? 어머니가 48년간 쓰신 가계부를 발견하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가계부 속 과거의 기록은 뚜렷하게 남아있지만, 현재 어머니의 모습은 무기력해 보이기만 한다.
우리는 흐려지는 기억의 시기를 마주하는 운명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다큐멘터리는 가계부 속 기록된 17,520일이 지닌 의미를 찾아, 고되게만 느껴지는 어머니의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기록이다. 이 기록의 과정은 새로운 기억과 지난 시간의 의미를 찾아드리는 여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