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모두 아름답고자 하는 욕망을 지녔다.

무진은 출세에는 전혀 관심 없는 서자 출신의 한량이다. 그런 그에게는 비상한 재주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남다른 화장（化粧） 기술이다. 자신의 재주를 이용해
기방에서 공짜 술이나 얻어먹던 무진은 무과를 보기 위해 한양에 도착하지만 결국
무과 전날 조선 최고의 기방, 백화당에 들리게 된다. 그곳에서 얼굴의 흉터로 인해
몇 년째 머리를 올리지 못한 기녀 형설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 무진은 그녀를
속신 시키기 위해 자신의 재주를 팔기로 한다. 그러나 얼마 뒤 청에서 돌아온 소현 세자의 등장으로 인해 무진과 형설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예상치 못한 아버지
인조의 냉대로 마음 아파하던 소현 세자는 비록 흉이 있지만 묘한 매력과 명민함을
지닌 형설에게 마음을 뺏기고，이에 위기감을 느낀 무진은 형설을 얻기 위해 부와 권력에 무섭게 다가가는 인물로 변해 간다. 이런 무진의 욕망은 결국 소현 세자의 정적인 소용 조 씨를 자신들의 관계에 끌어들이게 되고，그녀의 계략에 빠진 세 사람은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만다.

조선은 유교적 관습으로 인해 검약을 강조한 사회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시기는 화장（化粧） 문화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가화>는 이러한 조선 시대의 화장 문화를 배경으로 운명을 바꾸기 위해 검（劍） 대신 분（粉）을 들고, 조선 최초의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사극이다. 현대의 코스메틱 산업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고, 화장은 이제 남녀를 떠나 모두의 삶 깊숙이 스며든 하나의 문화이다. 또한 한국 화장품은 한류의 대표 상품이기도 하다. ＜가화＞는 이런 ‘화장’이라는 소재의 매력에서 출발하여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는 한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리고자 한다.